1. 혹시 학번이 C146032인 사람을 아시나요? 모르신다면, 가장 저 번호와 비슷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다른 김민정씨가 헤이영 캠퍼스로 김민정이라는 분이 32인 걸 알아내고 연락을 시도 했지만 아쉽게도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2. 학번이 마음에 드시나요? 그렇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숫자는 무엇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알려주세요.
마음에 듭니다! 좋아하는 숫자인 3이 들어 있기도 하고 1을 제외하고는 반복되는 숫자가 없음에도 외우기 쉬운 배열이라고 생각해서 학번에 만족하고 있어요.

3. 나를 나타내고 식별하는 번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초등학교 때, 남자 여자 따로 출석번호를 부여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곤 했습니다. 왜 내 출석번호는 50번부터 시작해야 해서 51번이나 52번이 되는 걸까? 하고요.
또 주민번호 뒷자리의 구성 방식이 신기해서 친구들과 서로 추측해본 적이 있어요. 성별 1자리, 지역코드 5자리, 검증번호 1자리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몇년 전부터는 지역번호가 폐지돼서 20년생들은 이런 놀이도 못해보겠네요.

4. 학번이 가나다순이지 않을까 해서 찾다가 도연씨에게 연락하게 됐는데, 번호나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씨고 이름도 ㅁ으로 시작해서 다섯 번째 자음이라 출석 번호가 항상 6번 이전이었던 것 같아요. 지각하면 안 되는 번호기도 하고 발표도 먼저 하는 경우가 잦았어요. 그런데 대학 와서는 학번 순으로 했을 때 중간쯤이라 만족스러워요.
이름이 외자고 모음 하나 자음 세 개를 사용하는 간단한 이름이라 OMR 마킹 할 때 편한 게 장점이에요. 병원이나 학원 상담처럼 이름을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동생 이름을 부르고 저를 쳐다보고, 제 이름을 부르고 동생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름 분석 사이트에 검색해봤는데 김민은 여자보다 남자가 800명 정도 많고, 남동생 이름은 반대로 여자가 1200명 정도 많은 걸 보니 오해할만도 한 것 같아요.
이 이름을 가지고 살면서 내 이름에 ㅇ처럼 동그란 글자가 없다는 점을 항상 아쉬워하고 무의식 중에 ㅇ에 대한 갈망을 키워온 건지 과제나 작업 중에 유독 동그라미를 사용한 게 많아요.

5. 이름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빠가 온화할 민이라는 한자를 직접 옥편에서 찾아서 지으셨다고 해요. 온화한 성격을 가지라고 그러신 것 같은데 제 성격이 그런가 하면... 잘 모르겠네요. 친척과 가족 중 외자 이름이 없어서 돌림자라거나 이어져오는 전통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외자로 짓고 싶어서 지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남자였으면 필립, 아니면 별이라고 지으려고 하셨다는 걸 보면 어떻게 해도 제 이름에는 ㅇ이 들어갈 운명이 아니었나봐요.

6. 옆집 사람을 잘 아시나요? 모르신다면, 옆집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 같나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데, 아이들이 들락날락하고 현관 앞엔 킥보드가 있고 아이들 부모님도 마주치는 걸 보면 아마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맡기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희 집에는 중문이 있어서 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현관 앞에서 아이들을 재촉하고 가볍게 다그치는 소리가 자주 들리는 걸 보면 아직 어려서인지 장난이 많은 건지 늦장부리거나 말썽 피우는 경우가 많은가봐요. 전에 살던 집의 옆집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사셨는데, 그때는 두 분이 1년에 절반은 해외에 계셔서 마주칠 일이 잘 없었어요.

7. 진짜 옆집 사람 말고, 도연씨의 옆집 사람 같은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학번 찾기를 한 이유가 옆집 사람 같은 사람을 찾아보자 해서 시작한 거라 일단 옆 학번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매번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서 분명 두 번 이상은 마주쳤을 사람들… 듣는 수업이 많이 겹치지만 친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옆집 사람처럼 느껴져요. 익숙하거나 가끔 반갑지만 잘 모르는 사이의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 따로 있을까요?

8. 그 사람이 궁금했던 적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점을 알고 싶은지, 그렇지 않다면 왜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지 말해주세요.
옆 학번은 진짜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지금 답변하고 있는 열 가지의 질문들이 궁금했고, 답변을 읽으면서 예상한 것과 비슷하게 나오기도 하고 완전 예상 밖의 답변이 나오기도 해서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9. 내 방에 있는 물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침대를 가장 좋아하지만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과제하느라 자주 사용해요. 다들 그럴 것 같아서 뭔가 다른 게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클립으로 고정한 리갈 패드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아이패드나 맥북이 없을 때 필기하려고 쓰기도 하고, 메모하거나 시험 공부할 때도 대부분 리갈 패드를 써요. 사실 아이패드 굿노트 어플을 사용하는 게 정리도 잘 되고 깔끔하긴 한데 무계획에 두서없이 사는 저에게는 부담없이 빨리 쓸 수 있고 뜯어낼 수 있다는 리갈 패드가 더 잘맞는 것 같아요.

10. 내 방에 있는 물건 중에서 나를 나타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많은 키티들과 보라색의 향연…이지 않을까요? 보라색을 좋아해서 카펫도 커튼도 펜 스탠드, 침구, 협탁··· 그 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이 보라색이에요. 키티 같은 경우에는 인형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사용이 가능한 굿즈들을 주로 구매해요. 수집욕은 있지만 꾸준히 모으지도 못하고 제대로 보관하고 관리하지 못해서 수집이라고 부르기는 좀 어렵고 그냥 좋아하는 물건 사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아끼다 똥 된다면서 물건들을 팍팍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딱 집어서 뭐라고 정의내리기 애매한데 그 애매한 것조차 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